국제자원활동 보고서




   한국에 있을 때 난 학점이라는 것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하고, 이 자유롭지 못함에 대해 어린아이처럼 불만을 가지고 있는 아직은 덜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불만을 없애줄 자유를 필요로 했고 갈망했다. 그래서 조금은 불순한(?) 의도로 라온아띠를 지원했고, 라온아띠가 된다면 학교 생활과는 다른 경험을 통해서 자유를 만끽하며 더 큰,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짜 친구가 되자
   라온아띠에 선발되고 국내훈련을 받으며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마을부터 어마어마한 크기의 아시아까지, 3주간의 시간 동안 학교 전공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아는 것이 많아져 더 똑똑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헛된 자만심을 가지기도 했다. 또한 태국에서 지낼 5개월의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아는 것이 많아져 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태국에 와서 난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처음에는 신기해 하기도 하고 당황해 하기도 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짜여진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매일매일 ‘오늘은 무엇을 배웠지’ 라고 생각하며 집착하는 내 모습에 조금씩 지치고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더 큰 사람이 되고 있는가’에 대해 얽매이고 있고, 그러기 위해 이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하고 있는 활동이 진정한 의미의 라온아띠가 해야 되는 것들이 아니라 단지 내가 원하는 내 개인의 성장을 위해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것으로 인해 팀 활동을 유연하게 하지 못하고 약간은 경직되어 사소한 것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팀원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나중에서야 한 생각이지만, 다른 문화에서 살기에 무엇인가를 꼭 보고 배우고 느껴야 하고 많은 지식을 쌓아서 더 큰 사람이 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다면, 학점에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던 한국에서의 대학생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강박관념은 저 멀리 던져버리고 이들과 진짜 친구가 되고 가족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라온아띠가 가장 먼저 해야 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할 활동이라고 뒤늦게나마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바이, 사바이 !
   지난 3개월을 돌이켜보면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객관적인 사실들보다는 태국 스텝이나 어린 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와는 다른,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과 새로운 발상들에 많이 끌리고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음을 느낀다. 이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부족한 점을 옆에서 채워주는 모습에 감동받기도 하고, 무엇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스텝, 팀원들에게 부족한 것을 내가 어느 정도 채워주며 서로가 발전해 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국 사람들은 ‘사바이 사바이’ 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바이 사바이’ 라고 해서 절대 해야 될 일을 하지 않는다거나 대충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일에 있어 여유를 가지고 유연하게 처리해 나갈 뿐이다.

   마음 속의 고향
   내가 얼마나 성장했고 좋은 사람이 되었는지 지금의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갔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은 느끼고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아래, 지금 당장 무언가를 배워서 꼭 성장해야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마음으로 요즘 난 더 좋은 친구,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종종 ‘내 인생에 있어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라고 생각하고는 한다. 앞으로 남은 2달 동안 스텝, 홈스테이 가족, 우리 팀원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다. 또한 시간이 흘러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마음속의 고향 태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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