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성찰의 시간도, 고민의 시간도 이제는 그저 머릿속이 새까맣다. 난 뭘 바라고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온 걸까. 하루하루 치열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기를 바라던 나는 어디로 간 걸까.

실존을 도피하려는 일련의 시도들이 결국에는 벽에 부딪혀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느낌. 현실을 직시하게 하도록 도와준 시간들. 5개월을 태국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 사는 곳에서 지냈다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우리라는 말의 의미. 나에서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형성되고 그것이 이루어내고 야기시키는 것들을 깨달은 시간임이 분명하다.

힘든 시간, 좌절, 견딤, 아픔.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청춘이기 때문에 느끼고 감내해 낼 수 있는 것들. 그리고 이런 아픔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 일생 동안에 단 한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기회를 마무리 하고 있는 이 시점. 짜릿하고 떨리고 숨이 막히는, 땀 흐르는 나의 청춘. 그리고 돌이켜보면 변한 건 없다.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사람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것을 인식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 시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받아들이게 된 5개월. 지금, 이 순간 이라는 시간이 절실하게 받아들여지던 5개월. 그리고 앞으로도 나를 절실히 매 순간 살아가도록 만들어준 5개월.

수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지냈다. 난 한 것도 없이 받기만 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받은 도움을 이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수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나도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그저 최선을 다 하는 것.

이 글을 쓰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과 경험들을 별 무리 없이 글로 써 내려가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나만이 겪은 추억이 아니기에, 나와 사람들과 함께 지낸 추억이기에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함을 느낀다. 그리고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중에 언젠가 문득, 누군가 물어본다면. 지나간 이 기억이 아름다웠냐고 묻는다면. 난 뭐라고 답하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기억 속에서, 나는 만나고 있을 거라는 것. 사람들을. 아, 정말 결국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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