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아반과 아띠의 합동 에세이



아반

아띠야, 우리 지금까지 시장에 몇 번 갔었지?

아띠

꽤 여러 번 갔었던 것 같아.

아반

내가 있잖아, 중학생 때는 시장에 되게 자주 갔거든? 내가 사는 데는, 5일장이 서서 4일하고 9일에는 장이 섰었어. 친구들하고 가서 과자도 사먹고 핫도그도 사먹고 막 그랬었는데, 여기 시장이 우리 동네 시장보다 더 크더라. 한 나라의 수도에 서는 시장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너네도 5일장이란 게 섰어?

아띠

5일 장이 있어. 우리 순천에도 5일 장이 있고, 또 다른 여러 장(場)이 있는데, 관심이 없어서 무슨 장이 있는 진 모르겠다. 근데 나도, 부모님이 식당 일을 하셨을 때, 여러 번 따라다녀 봤었는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아빠랑 엄마랑 새벽 장에 가곤 했어.

아반

으음. 새벽 장? 여기도 새벽에 되게 일찍부터 장이 서잖아. 우리 아침마다 빵 사러 갈 때도 6시 반? 이 정도로 일찍 나서는데도, 가면 사람들이 막 북적북적하고,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많고, 여기는 사람들이 대체로 굉장히 일찍부터 움직이는 것 같애. 그래서 새벽에 시장에 갔는데도, 한국에서 그런 새벽 시장 아니고, 그냥 보통 장날 같은 그런 느낌?

아띠

내가 동티모르 와서, 영주 언니랑 첫 당번이어서 먼저 빵을 사러 시장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무슨 (특별한) 장날인 줄 알았어.

아반

나는 맨첨에, 딜리 투어 한다고 간사님들하고 다 같이 시장에 갔을 때- 거기 있잖아, 왜. 여기서 제일 가까운 시장. (보람 언니가 라마 시장이라고 알려줬다.) 아, 메르카두 라마! 그 때 딱 맨 처음에 갔을 때, 두부 보고 놀라고, 우리 한국이랑 똑같은 게 있어서, 옷 파는 데 보고 놀라고, 곳곳에 묶여 있는 닭 보고 놀라고. 생고기들을 막 널어놓고 파는 거 보고 놀라고 막 그랬어.

두부는, 한국이랑 똑같긴 해서 좋긴 했는데, 사실은 한 통에 두부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데, 거기 그 국물 있잖아, 하얀 물 안에 담겨져 있는 두부, 그게 사실은 좀, 비위생적이라 할까. 사먹고 싶지는 않다. 뭐 그런 생각? 그랬고, 옷 파는 거는, 내가 생각했을 땐 그게 구호물잔데, 원조로 세계 각국에서 구호품으로 온 그런 옷가지들? 나는 그런 게, NGO나, 정부를 통해서 사람들한테 그게 무료로 다 배포가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어떻게 상인들의 손에 넘어가서, 그게 하나의 벌이의 수단이 되고, 사람들이 원조로 온 그런 물건들을, 돈을 주고 사야하고. 그리고 또, 새 옷이 아니니까, 나는 구경만 하는 말라이 입장에서, 아, 여기서 옷 살 일은 없겠다. 그렇게 생각했고, 닭! 닭이, 나는 걸어 다니는 데 발에 차일 것처럼 막 닭이 있었잖아. 무섭기도 하고, 걸리적거려서 싫었는데,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서 신기했어. 생고기들은, 징그럽기도 하면서, 상할까봐 걱정됐고.

아띠

나도 처음 시장 갔을 때, 막 돌아다니는 닭과, 개, 돼지. 돼지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 되게 오기 전에, 광견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혹시나 개가 물진 않을까~ 그리고, 닭이 혹시나 쪼아댈까 봐~ 걱정도 했었고, 너가 말했듯이, 옷. 나는 헌옷을 입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 처음에는 정말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여기 현지 사람들한테는 어쩔 수 없이 사 입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지. 새 옷을 사려고 하면, 가격이 한달치 아침 식사 값이랑 맞먹는다는 걸 알게 됐고. 그리고, 제일로 놀랬던 거. 우리, 소모초에서 로스 팔 로스 시장에 갔었는데 저녁 반찬으로 사용할 고기 샀잖아. 아주 경악을 했었지.

아반

왜?

아띠

소머리랑 소가죽이 잘린 채로 옆에 있었고, 우리나라에선 쓰레기 취급이나 할 것 같은 고기들... 옆에선 팔려고 내놓은 고기 위에는 수백 마리의 파리들! 그거 보고는 저녁에 밥을 못 먹겠다고까지 생각이 들었다?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하지만 저녁에 맛있게 먹었다는 거~ (웃음) 벌써 여기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는 것 같애.


 

아반

(같이 웃음) 맞어. 나도 그 때, 소모초에서- 그 소고기 장사하시는 분들이, 옆에 있는 소들을 가리키면서, 지금 썰어둔 고기 다 팔면, 옆에 있는 소를 즉석에서 잡아 죽여서, 다시 그 고기를 썰어서 판다고 했을 때- 완전 경악했잖아. 그 옆에 있는 소를 가만히 지켜봤는데, 왠지 슬퍼보이는 그 눈.

아띠

눈망울에서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

아반

어, 그 눈. 막, 좀 슬퍼 보이기도 하면서, 동공이 풀린 것 같은... 그러고, 죽을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뭔가...

아띠

멕아리 없는.

아반

응, 멕아리 없어 보이는 그 표정이랑, 그 소가, 항문에 힘이 풀려가지고, 소한테도 대변이라 그러나? 막 그런 게 다 나와 있는 거 보는데, 진짜 기분이 이상한 거야. 또 그걸 사가지고, 맛있게 먹어댈 나를 생각하니, 좀, 기분이 그랬어.

옷, 옷!

아띠

옷?

아반

옷도, 나도 그거 보면서, 시장에서. 헌옷이기도 하고, 낡아 보이기도 하고, 절대로 내가 사 입겠다거나, 사 입을 수 있다고 조차 생각을 못했었는데, 사메(Same)에 가져갈 긴 옷이 부족하다고, 옷을 사겠다고 딱 마음을 먹으니까, 갑자기 한 컷 풍경에 지나지 않던, 그 시장에 옷들이, 예쁜 옷도 보이고, 우리 유행에 맞을 것 같은 그런 옷도 보이고, 옷 욕심이 막 생기잖아?

그래서 딱, 너랑 같이 시장 가가지고, 옷을 산 날. 내가 제일 많이 샀잖아. 사고 나니까, 헌 옷이다 낡았다, 그런 생각이 안 들고, 현지에 적응을 했다 해야 하나-. 그냥 자연스럽게, 일상인 것처럼, 그랬어.

아띠

근데, 나는 너하고 좀 반대의 생각을 해. 둘이서 시장에 가가지고, 옷을 샀잖아? 근데, 사고 나서도, 세탁을 한 번 하고 나서도, 그냥. 왠지 모를 찝찝함에, 이걸 입어야 하나... 입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 근데, 막상 입으니까, 그냥, 헌 옷 같지 않은 느낌. !?!? 지금은 잘 입고 다녀. (웃음)

아반

잘 입고 다니고, 또 잘 어울리잖아.

아띠

나야 뭐. (졸라 웃음)

아반

(잠시 침묵. -_-)

나는, 헌옷이라서 찝찝했다거나, 그렇다기 보다는. 여기 사람들이, 우리도 그렇지만, 그렇게 옷을 자주 사 입고 그렇지는 못할텐데, 헌옷을 사면서도 기쁘고 행복하다고 느낄까. 다른 나라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입다가, 거의 버리기 직전에, 혹은 자선한답시고(?), 이건 좀 표현이 그렇다. 무튼, 그렇게 보내온 물자들을, 사 입으면서 진짜로, 우리가 옷 살 때처럼, 행복하고 기쁘고, 막 설레고, 자랑하고 싶을까~ 그런 생각했었는데, 내가 사고 나니까, 똑같다는 걸 느꼈어.

아띠

응, 나도 그건 너랑 같은 생각을 했어. 그리고, 산 헌 옷을 입으면서도, 사람들이 옷이 이쁘다고 막 그랬었잖아. 그냥, 왠지 뿌듯했지. (웃음)

너도 지금 산 (헌) 옷을 입고 있어. (웃음)

아반

(와하하하) 

아띠

또 시장에 대해서, 인상적이었던 건 어떤 게 있어?

아반

음. 우리 숙소 양쪽으로 시장이 두 개가 있잖아. 왼쪽으로 가면, 라마 시장이 있고,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가 아침마다 빵 사러 가는 무지무지 큰 시장! 라마 시장도 꽤 규모가 있는 시장 같은데, 가까운 곳에 시장이 여러개가 계속 있으니까, 그것도 좀 신기한 것 같애. 거리에 잡상인이 많은 건 뭐, 그렇다 쳐도. 우리 사오 미구엘 학교 가는 길에, 시장 큰 거 또 있잖아?

아띠

맞어. 우리나라에는 보통- 뭐라 그래야 하지? 시장이라 하면, 차를 타고 가야 갈 수 있는데, 여기는 그냥 눈에 띄는 곳이 다 시장이잖아.

아반

맞어, 맞어. 나 저번에는, 딜리 시내를 그냥 걷고 있었거든? 어떤 아저씨가, 나뭇가지 끝에 오징어랑 생선을 몇 마리씩 묶어가지고 팔고 다니는 거야-.

아띠

정말? 나는 그 거까지는 못 봤는데-

아반

오징어를 팔더라니까~

아띠

그것도, 파리가 끓던? (웃음) 여기는 무슨, 시장에 파리밖에 없어. (웃음, 웃음)

아반

파리는 모르겠다. (웃음) 해산물 시장이 있다고 동화 간사님한테 듣긴 했는데-

아띠

여기에?

아반

저기- 바다 있는 해안 지방에 가면 있대. 큰 지 작은 진 모르겠지만.

아띠

그럼 그 고기 잡는 건 봤어?

아반

아직 내 얘기 안 끝났거든?

아띠

에이에잉~~(웃음)

아반

음. 해산물 시장이 있다고 듣긴 했는데- 아직 딜리 시내에서는 못 봤잖아-. 그렇게 사람들이 그 날 그 날 잡은 생선을 들고 다니면서 파니까, 여기서는~ 엄마들이 식사 준비 할려고 하거나, 그럴 때 되게 즉흥적일 것 같애. 내일은 뭐, 생선 요리를 해야겠다, 라던가 그런 계획이~ 생선 장수를 만나면, 성공하는 거고, 그 날 생선장수를 못 마주치면, 다른 계획을 세워야 하는 거고. (흐흐) 고기 잡는 건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봤어?

아띠

저번에 사무국에서 원팀장님이랑 김지혜 간사님 오셨을 때? 그 때 해변가에 외식(저녁식사)하러 나갔었잖아. 그 때 뒤편에서, 사람들이 무리지어서, 등을 들고, 그룹으로 다니는 거야. 그 때 궁금해서, 간사님한테 물어봤었는데. (생각 중) 그게 고기잡으러 다니는 거였대. 고기를 어떻게 잡냐면, 막 이렇게, 등을 잡고 그룹으로 다니다가, 고기가 탁 수면위로 튀어 오르면, 돌맹이 같을 걸 딱 던져서 고기를 잡는 거야.

아반

엥? 돌로 튀어 오르는 고기를 잡는다고? 좀 웃긴데?

아띠

멀리서 본거였는데, 그게, 고기를 잡는 게, 진짜 보였어. (웃음) 되게 잘 잡던데?

아반

낚싯대 같은 걸 쓰는건가?

아띠

낚싯대는 아니었어. 돌아다니면서, 뭘 던져서 기절을 시켰어.

아반

완전 신기하다-.

아띠

그리고 또 있어. 며칠 전에 해변가에 갔었는데, 거기서도 고기 잡는 걸 봤거든? 보통 우리나라에서 쓰는 그런 낚싯대가 아니고, 페트병에다가 낚시줄을 감아놓고, 바늘 하나 달아서 낚시 하는 걸 봤는데, 분명히 낚시 중인 사람은 네다섯명이나 됐는데, 잡는 건 한 번도 못봤어.

아반

ㅋㅋㅋ(웃음) 등을 들어라 그래라~ (웃음) 오오, 하긴. 해산물 시장은 못 봤어도, 우리 로스팔로스 갈 때랑 올 때~ 해변가에 있는 도로로 막~ 가다가, 점심을 해변가에 있는 식당에서 해결했잖아~ 그 때 반찬이 다 생선이었던 거 보면, 그 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방법으로 생선을 잡아서 요리해둔 게 아닐까 싶어. 거긴 또, 반찬이 생선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더라. 사메 갈 때는 그래도 산악지방이고 해서 그런지, 닭고기도 있고, 이런 저런 야채 요리도 식당에서 팔았었는데, 유독 해변가 지날 때 들렸던 식당에는 생선 요리가 많았던 것 같애.

아띠

아, 그 생선? (묘한 웃음?) 아마, 생선의 반은, 뱉었던 것 같애. 너무 짜서. (웃음) 진짜로.

아반

나는 완전 잘 먹었는데. (웃음) 아참, 그러고 보면 큰 마트랑, 시장이랑 비교해 봐도 재밌을 것 같애.

아띠

비교? 

아반

너의 화교이야기. 이건 다음에 할까?

아띠

흠. 그래도, 제일 웃긴 건, 가격인 거 같애.

아반

가격? 어디서 무슨 가격?

아띠

시장하고- 마트하고 가격 차이가 무지 나는 것 같애.

아반

같은 상품이?

아띠

응. 과자같은 경우도, 그냥 길거리에서는 50센트에 팔던 과자가, 큰 마트에 가면 2달러에 팔리고 있고... 무튼, 다 애매한 것 같애. 또 가격 차이가 나는 게 되게 많았는데...? 마트끼리도, 똑같은 상품인데도 가격이 되게 차이 나는 걸 많이 봤어.

아반

으음~ 난 자세히 관찰 안 해봤는데. 신경 써가면서 물건 사야 되겠다!

오휘경 사진이 안 보여서 왕 아쉽!!
아띠와 아반의 대화가 눈에 보여~~ㅎㅎㅎ
2008.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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