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9월 19일부터 21일가지 3일간 동티모르(Timor - Leste) 수도 Dili(딜리)의 여러 마을을 홀로 걸어 다녔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도로 가의 건물과 사람들이 아닌, 사람 사는 모습을 몸소 느끼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다. 3일간 여섯 마을을 체험했다. 한 도시에 있는 마을들 이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은 각각 달랐다.

1.  Merkadu Tai Besi(New Marker) 뒤편의 산동네 
 이 마을은 산에 위치하고 있어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고, 길이 하나밖에 없는 외길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다. Same(사메)에서와 같이 아이들이 나를 보면, 뒤에서 내 걸음에 맞춰 계속 따라온다. 내가 보는 곳을 같이 주시하고, 나에 행동을 보며 신기해한다. 다행히 사메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나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았다. 멀리서 나를 발견한 주민들은 Malae(말라이 : 테툼어로 “외국인”) 라면서 부른다. 그 답변으로 내가 Botarde(Good afternoon)라고 말하면 즐거워하면서 다시 인사를 건네준다. 산에 위치한 마을이지만 상수도 시설은 갖추어져 있어 위생과 아이들의 모습은 괜찮아 보였다. 이 마을에서는 주로 걷기만 하여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러나, 길을 몰라 주민들에게 물어봤을 때 아이에서 어른까지 서로 나서서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2.  UN주둔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을 
 처음부터 이 마을은 동티모르의 마을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완벽하게 갖추어진 하수도 시설(동티모르에는 따로 하수도 시설이 집집마다 갖추어져 있지 않다)과 시멘트로 포장된 인도와 도로, 그리고 동네 아이들의 대부분은 혼혈이거나 백인이 많았다. 외국인인 내가 지가가도 주민들은 별 반응이 없었다. 나중에 조사해보니 이 마을은 UN이나 외국인이 모여 사는 잘 사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았다. 동티모르의 고소득층이 현지 주민들이 아는 UN이나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3.  Kuluhun 지역의 마을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마을이다. 길가에는 사람보다 닭, 돼지, 개 등의 가축이 더 많이 보인다. 동티모르 마을의 집들은 외벽을 거의 짓지 않는다. 집과 집 사이로 항상 길이 있다. 그래서 어느 마을이나 다녀보면 미로에 들어온 기분이다. 걷다가 길을 잃어, 발코니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집이 보여 길을 물어보았다. 길은 가르쳐주지 않고 나에 대해 여러가지를 물어보아서,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티모르에 오게 된 이유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고, 그 가족들의 구성원과 생계유지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들었다. 어느 집이나 아이들의 수는 상당히 많다. 아이들만 5~8명 되는 게 보통인 거 같다. 이 마을은 집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자동차는 들어올 수 없다. 공터가 없어 공은 차기 힘들고, 마을 아이들이 연을 날리는 것을 보았다. 비닐봉지를 찢어서 만든 연인데, 아이와 함께 연을 날려보았다. 전깃줄이 복잡하지 않아 엉킬 위험 없이 쉽게 연을 날릴 수 있었다. 마을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나무와 가축 그리고 주민이 어우러진 포근한 느낌의 마을이었다.

4.  Santa Cruz(산타크루즈) 지역의 마을 
 산타크루즈 묘지에서 대학살이 이루어졌던 마을이다. 얼마 전에 난민 촌에 지내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살고 있다. 집들의 벽이 성한 것이 거의 없다. 지붕만 겨우 다시 올려 그 안에서 살고 있다. 내가 집 앞을 지나가니 다들 경계의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눈초리에 살기를 느껴 마을 걷기가 무서웠다. 그리고 땡볕 속에서 계속 걸었더니 지치고 목이 말랐다. 그때,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가족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냈다. 반가운 인사가 아닌, 여기서 뭐하느냐라는 인사였다. 딜리의 마을을 알기 위해 혼자 걸어 다니고 있고, 한국에서 왔다고 답변했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무척 좋아한다. 중국인은 딜리의 상점을 독점하고 있고, 일본인은 과거에 동티모르를 침략했고, 인사를 잘하지 않아 싫어한다고 한다. 그 가족들과 함께 대나무에 칼을 묶어 나무에 매달린 망고를 따서 먹고, 의자에 앉아 물을 마시며 쉬었다. 나중에 여기서 마신 물로 인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지만, 귀한 식수를 준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5.  Merkadu lama(Old Market) 지역의 마을 
 이 마을은 현재 내가 머물고 있는 운딜 대학교 옆의 YMCA 숙소와 가까운 곳에 있다. 그래서 같이 운동하고, 이야기 했던 친구들이 많은 마을이다. 나무를 자르고 있는 Nunu라는 이름의 친구를 만가게 되어, 자신의 집과 가족을 소개해 주겠다며, 집으로 나를 초대했다. 온 가족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했다. 동티모르 악수는 한국과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손을 쥐어 잡는 것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2단계로 엄지 사이로 손을 넣어 다시 손을 잡는다. 친한 친구 사이에는 3단계로 주먹을 서로 부딪치고 4단계로 총 모양을 손가락으로 만들어 상대방을 가리키는 것으로 끝난다. 이 마을은 자갈이 깔린 큰 길이 중앙에 있고, 양 옆에 집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시멘트 바닥으로 된 농구 코트가 있었다. 오래 전부터 마켓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정이 많아, 정돈이 잘된 시설 안에서 살고 있다.

6.  운딜대학교 뒤편의 마을 
 아침이면 닭들의 울음소리가 우리들을 잠에서 깨워주는 마을이다. 여태껏 가본 마을 중에서 가장 깨끗했다. 주민들 스스로 먼지가 나지 않게 집 주위에 물을 뿌리고,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의 옷차림이 깔끔하고, 청년들은 청바지에 말쑥한 차림이었다. 여기서 Antonio(안토니오)라는 친구를 한 명 사귀게 되었다. 역시 동티모르 사람답게 일가 친척의 집과 가족을 한 명 한 명 소개해 주었다. 잠깐 사이에 악수한 사람만 30명은 족히 넘은 거 같다. 동티모르에서는 영어를 할 수 있으면 군대, 정부, UN에서 통역이나 번역가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친구는 동티모르 군인이었다. 옆집에 살고 있다는 태국 사람의 친구와 이야기 해보라며 나를 소개해 주었고, 그 집 아이들과 사진을 같이 찍었다. 이 마을에는 농구 코트뿐만 아니라, 배트민턴과 배구 코트까지 있다. 예전에 Mr. Song 이라는 한국 사람이 잠깐 살고 가서,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 사람인 나에게 모두들 호의적이었다. 이 마을 주민들은 내가 자신들의 집 앞을 지나가면 의자에 앉아서 쉬어 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늘에서 마을 주민들과 둥글게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도시의 마을이 아닌 수도 딜리만의 마을을 탐방하였다. 조금씩 다른 점이 있지만 공통된 부분도 있다. 

 눈이 충혈되거나, 눈병에 걸린 주민이 많았다. 잘 씻지 않고
건기 동안 비가 오지 않아 먼지가 많이 날려서 그런 거 같은데, 딜리 뿐만 아니라 Same와 Lospalos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그 원인을 더 알아봐야겠다. 
 집 주위는 청결하고 깨끗하나, 마을 공동의 길은 지저분했다. 동티모르는 예전부터 가족중심주의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당연히 집안의 일을 돕는다. 아버지의 일은 아버지 만의 일이 아니고, 누나의 문제는 누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마을 공동 물품이나 길만 보더라도 단점을 알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계를 하지만, 일단 인사를 하면 정말 친절하게 변한다. 가늘고 거친 눈매에서, 동그랗고 선한 눈으로 변할 때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선천적으로 착하고 순하지만, 많은 억압과 핍박으로 인해 지금처럼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도박은 어느 마을에서나 있었다. 주로 닭싸움, 카드게임,
번호판에 공을 굴러 멈춰진 번호가 이기는 도박이 일상처럼 행해지고 있다. 워낙 낙천적인 사람들이라 도박으로 인해 큰 다툼은 없지만, 도박에서 주고 받는 액수가 너무나 큰 액수라 보기에 좋지만은 않았다.  딜리의 마을들은 우물을 쓰지 않는다. 다른 동티모르 지역의 마을과는 다르게 상수도 시설이 어느 정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가옥을 볼 수 없는 곳이 바로 딜리이다. 모든 집들은 콘크리트 블록의 벽에, 양철로 된 지붕이다. 동티모르 만의 색을 잃어가고 있는 딜리의 마을들. 한국처럼 기반 시설과 경제 발전에만 열중하지 말고, 자연보호와 전통에 대한 보전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 사진 설명 &&

가. 지도

 * : YMCA 숙소

 1 : Merkadu Tai besi 지역 마을

 2 : UN 주둔지와 가까운 마을

 3 : Kuluhun 지역 마을

 4 : Santa Cruz 지역 마을

 5 : Merkadu Lama 마을

 6 : 운딜 지역 마을

나. 운딜 지역 마을의 아이들과 나무 그늘 아래에서 

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는 운딜 지역 마을

  (마을 청년들이 낚시줄을 이용하여 과일을 따고 있다)

라. 딜리 마을의 집은 대부분 콘크리트 벽돌로 만든 집이다

(가스불 보다는 화덕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상

목조 가옥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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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오휘경 두호의 마을탐방! 흥미진진하다..! 다음편도 기대돼 :)
2008.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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