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누구 편인가? 친형과 모르는 사람이 싸우고 있다면, 당신은 누구 편을 들 것인가? 엄마와 아빠가 싸우고 있다면? 한국인과 중국인이 싸우고 있다면, 당신은?


 당신이 완벽한 합리주의자라면, 누구의 편이 되는 것은 그 사람과의 관계 때문이 아니라 싸움의 원인과 과정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실천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오히려 친형과 모르는 사람이 싸우고 있는데, 친형 편들지 않고 시비를 따지고 있다면, 오히려 손가락질 받은 공산이 크다. 모든 문제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풀릴 수 없는 노릇.


 라온아띠 국내 교육 때, "우리는 한국을 대표해서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써 봉사지로 가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국적을 바꿀 수 있는 시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국적이란 성별과 같이 바꾸기 힘든 그런 성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택과는 무관한, 그래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것은 내가 남성을 대표한다는 말처럼 공허하다. 공직에 있지 않는 한, 공식적으로 누군가를 대표할 권리를 위임받지 않는 한 나는 나를 대표할 뿐이다.


 하지만 나의 국적은 내가 개의치 않을지 몰라도, 나를 대하는 사람이 염두하고 있다면 어떤 작용을 하게 된다.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하는 것은 우리가 노르웨이인, 덴마크인, 영국인을 구분하는 것과 같이 어렵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의 얼굴 생김새와 색으로 표현되는 국적은 대개가 중국, 가끔 일본, 드물게 한국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국적을 상관하지 않는 개인으로써 마냥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를 국적에 관련되지 않고 싶어 하는 개인으로 봐주지 않는 한 말이다. 오히려 오해(?)로 비롯되는 몰이해가 더 두렵다. 국적 때문에 생기는 편견들-일본인은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고, 중국인은 수전노이고, 한국인은 죄다 사기꾼이라는-과 그것 때문에 괜한 시선을 받는 불쾌함을 극복하고 싶지만, 그건 나 혼자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다. 동티모르에서 한국인이라는 이미지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좋다. 중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다. 화교가 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과거 동티모르를 강점한 역사가 있지만, 근래에는 많은 정부 지원과 NGO의 활동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좋다."는 반응이다. 글쎄, 내가 좋은 사람일지, 아닐지 그렇게 단박에 알 수 있을까. 그렇담 내 국적이 중국이라면(화교라면) 나는 나쁜 사람일까.


 국가 이미지가 좋을 때는 괜찮고, 나쁠 때는 국적을 숨기는 것. 이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지가 안 좋은 '치나'로 보이는 것이 기분 나빠서 아예 국적을 떠나자는 것이 아니다. '남자는 파랑색을 좋아하고, 여자는 핑크색을 좋아한다.'와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주장에 반대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을 점령했던 일본에 사는 모두가 '쪽바리 새끼들'일까? 중국의 모두가 '짱개 새끼들'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조센징'이고, 우리 모두는 '베트남 침략자'이고, 외국인 노동자 등쳐먹는 '악덕 사장'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도 있다. 개인으로써의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친해지고 나면 "너 알고 보니 첫인상과 많이 다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때론 "도저히 네 속을 모르겠어."라고도 한다. 이런 사람이 수백만에서 수천만, 수억으로 묶여져 있는 국적으로 성격이 정해진다는 것이 말이나 될까? 마치 A형, B형, O형, AB형 혈액형 테스트를 보는 듯, 그 단정 내리는 것에서 두려운 배타적 자세를 느낀다.


 어쩌면 국적이 약간의 어떤 민족성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글쎄. 있을 터지만 그것을 평가의 잣대로 사용할 만큼 검증받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묻는 관행은 이렇게도 끈질길까. 단지 궁금해서? 국적을 앎으로 인한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 선언 사람이 많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을까.


 사람의 뇌에는 편견이라고 할 수도 있고, 분류라고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개개인을 모두 하나하나 따로 판단한다는 것은 꽤나 머리 아픈 일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업가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 실업자는 능력 없는 사람 등으로 집단화하는 것은 편하다. 때론 효율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골치 아픈 일을 줄여준다. 이것은 뇌의 본능이다. 하지만 마냥 따라가도 되는 시스템은 아닐 테다. 작은 편함을 위해 큰 불편함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편 가르기도 역시 인간의 본능이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렇다면 난 당신 편은 아니다.

정상훈 글 잘 읽었어~
2008. 12. 23.
joo 이 글을 보니깐 안산에서 중국 동포의 집에 들렸던게 생각났어요

자세한 스토리는 생각나지 않지만 조선족과의 갈등이였는데,
중국에서 차별을 받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역으로 무시하고 차별한다고 해요 .
편견의 정도가 넘어선 차별로 서로서로 상처만 깊어지고
중국동포 이기 전 가족이있고 생계를 책임져야했던 한 사람을 만나니
저희 팀 모두가 마음이 아팠었지요 .

나 역시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가져왔나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2008. 12. 24.
조수연 '나는 나를 대표할 뿐이다.' 음. (끄덕끄덕)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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