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끼는 하루는 길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뜨겁고도 강렬한 필리핀의 낮이 지나고 고요하고 적막해진 검정색 밤이 오면 우리는 일제히 침대에 배를 깔고 누워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 우리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지?

하루 일과를 곰곰히 되짚어보면 마치 어제 있었던 것 같은 아득한 일이 오늘 일이라는 것에 우리는 가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렇지만 긴 하루들이 촘촘히 모이자 거기엔 짧게만 느껴지는 2달이 있다. 그래, 믿기진 않지만 어느 덧 절반이다.

어느 때, 어디까지 솔직해져야 하는 건지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늘은 고백한다.한국에서부터 이 곳에 와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코 그게

여러 가지 다양한 이유였다고는 말 못하겠다. 우리가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거기서도 발견했던 소소한 행복까지 모든 것은 한 길로 통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것을 안다고도 할 수 없고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긴 긴 필리핀의 하루를 힘겹게 꿀꺽 넘겨야만 했다.

각자 그 누구 할 것 없이 고독에 빠졌고, 그것이 타국에 와서 느끼는 감정이 아닌 이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절망하고 힘들어하는 옆 친구를 다독여주지 못하는 나의 작은 그릇을 책망하고. 집 안 모서리 모서리마다 고스란히 배여있던 경계심들이 밖에 나간다고 없어질 리 없었다. 각자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 어루만져주느라 이 곳 사람들의 마음은 만져주지 못했다. 우린 하루하루 여유를 잃어갔다.

 
왜 하필. 왜 하필.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많고 많은 50명 중 왜 하필, 이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땅땅 내리쳤고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은 어김없이 슬퍼졌다. 한국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알아가던 그 때.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가장 큰 중심이 결국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접했을 땐 너무나 혼란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난 뒤, 우리는 또 한번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한 사람은 떠났고 세 사람은 남았다.

다섯이 넷이 되고 넷이 셋이 되고. 그 셋은 잘 할 수 있을까. 다섯이서도 삐걱대던 일들을 셋이서 해낼 수 있을까.

려움 섞인 질문들에 답을 얻은 건 프로젝트 제안서를 제출하는 작업을 하던 과정에서였다. 그 동안 내부문제로 집중하지 못했던 프로젝트에 돌입한 우리는 그제서야 그동안 몰랐던 아순시온의 또 다른 모습들을 하나 둘 발견했다. 왜 넌 이곳은 할 일이 없다고 불평 했었을까. 지금쯤 한국에 있을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우리는 그 답을 얻었다고. 그리고 그건 순전히 우리의 태만함 때문이었다고.

여러 날의 회의를 통해 드디어 프로젝트 주제가 정해지고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한달음에 자료를 구해왔다. 밤새 그 영어자료를 번역하고 제안서, 한글 프리젠테이션,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과정마저 몸은 고통스러웠을지라도 마음은 편안했다. 우리들 스스로도 조금씩 잃었던 여유도 되찾았고 닫았던 마음도 열었다. 그리고 다섯 중에 둘이 없다는 것에서 우리들도 모르게 느끼고 있던 자격지심도 극복했고 셋이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우리는 팀 이름처럼 킹왕짱 다바오팀이 아니라는 걸.
킹도 아니고 왕도 아니고 짱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여자 세 명일 뿐이라고.
우리는 남겨진 셋이 아니라 처음부터 셋이었다고.
셋이서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네 옆에 있어주겠다고.

 

그렇기 때문에 우린,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원팀장 셋은,,,,결코 작지 않아~~!!
2008. 11. 10.
윤혜령 지은이가 글을 참 잘쓰네^^
2008. 11. 10.
오휘경 토닥토닥...:)
2008. 11. 11.
수선화 지은아 힘내 사랑한다,보고싶다
2008. 11. 11.
쥐아 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시펑
못생긴 얼굴은 여전하구나
2008. 11. 11.
김준호 김지아 죽을래?
2008. 11. 11.
엄마아이디가 수선화야!! 사진보니 더보고싶다..어려움을 잘견뎌내고 너희들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리라 믿는다. 몸조심하고..사랑한다 딸아
2008. 11. 11.
김준호 이런 감동적인 말들은 비밀글로 쓰지말라공 ㅋㅋㅋㅋㅋ
엄마 보고시펑 ㅠㅠ
엄마 지금 여기 홈페이지 보고 있나보네?
200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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