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적한 마음으로 저녁에 집을 나섰다.
물론 저녁외출은 금지 받았고 팀원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하면서 나는 이기적이게 이렇게 자주 나가서 바람을 쐰다.
울적한 마음으로 길을 걷는데. 저 앞에 한 아주머니가 보인다.
물론 그 아주머니 앞에는 4-5살 정도의 아이가 안겨 있다.
많이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무뚝뚝하게 동전을 드린 적이 있다.
이 모자는 우리 집 근처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많은 분중 하나다.
왜 그렇게 되셨는지 알수는 없다. 쓰나미인지 아니면 어떤 사고인지.. 아버지는 없이 이렇게 모자는 하루하루 정처 없이 떠돈다.
예전에 주말 CHILDREN'S 클럽을 하다가 짝피구를 할 마음에 배구공에 바람을 넣으러 간적이 있었다.
그 와중에 이 모자를 보고 마침 돈이 있는데 주기는 민망하여 같이 가는 YMCA댁 아이에게 돈을 전해주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나에게 이런 것은 백인이 줘야한다고 나보고 주라고 한다.
사실 돈이 중요하지 내가 주든 지가 주든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그러다가 돈을 줬더니 아이가 날보고 배구공을 달라한다. 한참 당황스러워하다가 우울해 하는 아이의 얼굴을 뒤로하고 나는 매정하고 YMCA로 향했다.
이튿날인가? 그날 나는 그 모자를 보았는데 그 아이 손에는 공이 하나 있었다.
어머니는 매일 그 아쉬운 소리해가며 받은 돈으로 아이를 위해 공을 사주셨나보다.
그런 모자였기에 나는 간혹 만나면 동전을 드리고 했다. 아니다 어쩌면 거만하게 주곤 했던것 같다.
뭐 여튼 어제 밤에 나가다가 그 모자를 보게 되었다.
뒤에서 그들을 보고 아.. 좀 드려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눈이 마주쳤다.
뻘줌한 상황을 맞이한 나는 얼어버렸고. 그 아주머니는 뭔가가 아쉬운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 표정을 보고, 나는 나의 뻘쭘함인지..그 아주머니가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표정 때문인지
왜인지모를 기분에
손에 돈을 꽉 쥔 채 모른 척 지나쳤다.
지나치는 동시에 아 돌아서 드릴까.. 돌아가서 드릴까.. 고민을 했지만.. 나의 그 상황과 나의 우울한 기분을 핑계 삼아 뒤도 보지 않고 걸어갔다.
그 모자..... 지금 어디서 굶고 있는 건 아닌지. 어디서 자고 있는지 ...... 문득 이렇게 생각이 든다.
내가 무슨짓을 한거지.
나는 그들에게 나쁜짓을 한것 같았다. 아니 했다. 차라리 단 한번도 주지 말 것을..
그런데 그것보다 나는 나 스스로를 너무 잘못된 나쁜 길로 인도한 것같다.
나 좋을 때는 착한일. 나 기분 나쁠 때는 나쁜 일.
.
.
후
정말 지랄을 하는구나. 싶다.
문득 나 스스로가 수치스럽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내가 그러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이런 마음으로 뭘 하겠나 싶다.
아 걱정이다.
내일 만약 그 모자를 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마음으로 다시 그들을 바라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