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마 티여우 익 마이?'

안녕-안녕-하는 슬픈 말 대신 아이들은 내 손을 꼭 잡고 묻는다.
한국 안보내 줄거야. 라고 억지를 부려보던 친구들도 이제는 체념한 듯 이렇게 묻는다.
고작 3일동안 밥만 축내던 우리를 보내며 우리집 메(엄마)가 펑펑 우시며 물었다.





모두들, 안녕이라는 인사는 하기 싫은지 내 손을 꼭 잡고 묻는다.

'또 놀러 올거야?' 라고. 그럼 또 나는 되묻고 싶다.
'왜 또 살러 올거냐고 묻지 않는거야?'

그들도, 나도 알고 있다. 이곳이 내게 영원히 머물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1달간의 홈스테이를 마치고 차에 탈 때 펑펑 울던 우리집 아이도,
고작 3일간 많이 먹고 늦게 일어나던 게으른 우리를 보내며 펑펑 우시던 치앙라이 엄마도,
나의 '탈선행각'에 큰 도움을 주었던 YMCA와 상관없는 동네 친구들도,
매일 우리를 위해 밥을 해 주시던 스탭들도.









나는 이곳을 5개월간 느리게 지나가는 사람.
이제 나의 발걸음이 4박자를 맞추어 이 곳을 완전히 빠져나가면
내가 없었다는 듯이 이 사람들의 일상은 돌아가겠지만
아마 나는 잊지 못할 것이다.



학교에 갈때마다 꼬질한 내가 뭐 그리 좋다고 달려들던 도이따오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
자전거 타던 쌍캉펭의 예쁜 하늘,
매일같이 놀러가서 요구르트 하나 사고 앉아서 놀았던 집 앞 TESCO 친구들,
어디 멀리 가서 숙소에 없을 땐 전화를 해서 선물사오라며 한마디씩 시끄러웠던 그 아이들,
그 앞에 앉아서 같이 맥주를 마시다가 봤던 밤 거리 풍경,
길거리에서 지나가던 코끼리,
내가 머리에 쓰고 다니던 수건이 보기 싫다며 확 뺏어버리던 도이따오 선생님들,
나를 보내주며 펑펑 울던 매홍손의 꼽,
벤이 아닌 자전거를 타며 달리던 길
도이따오에서 9살짜리가 모는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던 길,
음악을 연주하며 같이 태국 유행가를 불렀던 것
놀아달라고 쫓아오는 아이들이 무서워서 자는척하다가 더워 질식할 뻔 했던 것,
밤에 몰래 집 앞에 나갔다가 문이 잠겨서 담넘고 들어왔던 기억
스탭이랑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싸우고 한달 넘게 말도 안하고 지냈던 것
'깨- 너 맨날 까불지만 니가 참 좋은 애라는거 알아. 너 정말정말 좋아해' 했더니
얼굴이 빨개지며 자전거로 저 끝까지 달려가 버리던 도이따오 산골아이
'YOU! 띵똥 막막 러이 - (띵똥 : CRAZY / 막막 : 너무, 엄-청!)" 하던 치앙라이 아이들





별 대단한 것들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던 순간들이 기억속에 선명하다.





이제 곧 모두가 '과거'가 되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나를 위로해 준다.





너의 영원한 미소 그리워 이 순간들을 다시 헤아려보니 그래도 내겐 기쁨이 더 많았어
영원한것은 없다 생각하지는 말아요, 우리 기억속에 남은 순간을 믿어요



이제 모두 영원한 순간이 되려하네









참 잘 했다, 라고 스스로 뿌듯해 할 일이 많지는 않지만
참 고마운 사람들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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