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8월 5일.....

언제오나 했던 날이... 오지 않을줄 알았던 날이 찾아왔다.

하지만 당일이 되서도 한국에 간다는게... 이곳 삼캉펭YMCA를 떠난다는게 믿겨지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일어나서 1층에 내려간뒤 피낭과 피멈에게 '싸와디캅' 이라며 인사를 했고

피낭이 요리해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평소처럼 샤워를 하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방에 덩그러니 있는 캐리어를 보니 평소와의 일상과는 다른 한가지를 해야한다는게

생각났다.


옷을 먼저 꾸깃꾸깃 쑤셔넣고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집어넣을때 까진 

늘상다니던 캠프에 가는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캠프가 끝나면 늘 그랬듯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것만 같은....

하지만 이곳 친구들과 홈스테이를 하면서 받은 선물들을 캐리어에 집어넣기 시작했을때야

비롯 깨달았다.  오늘이 바로 마지막 날이라는것을....사연이 담긴 물건들을 하나하나

캐리어에 집어넣으며 지난 추억들도 같이 집어넣었다.


분명 태국에 올때보다는 가벼워진 짐이었지만 지난 5개월간의 추억이 들어있기 떄문일까?

들기조차 버겁게 느껴진다..


짐을 정리한후엔 1층으로 내려갔다. 늘 보던것과 같은 풍경이었지만, 이제부턴 늘 볼수

없으리란 생각에 평소엔 찍을 생각을 안했었던 피낭과 피멈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었다.
 
매일 보기때문에 그동안 안찍었다면 핑계일까? 핑계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사진을 한장한장 찍었다.


그리고 5개월간 지지고 볶고 했던 집을...삼캉펭 YMCA를 떠났다.





○ 피낭과 피멈과 함께


솔직히 그 다음부터는 뭘 했는지조차 모르겠다. 정신이 들었을때는 터미널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는 팀원들과 피낭과 피멈의 우는 얼굴을 보고 덩달아 울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뿐....그제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정든 이곳을 떠나는구나...라고...



○ 터미널에 들어가기 전

친구라고 먼저 불러줬던 피요.

쿤따라고 부르며 옆구리를 찔러대던 피똔

예의범절이 몸에 베셨던 피푸.

모든 이를 덱덱으로 취급하시는 호탕하신 피프레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던 피낭

삼캉펭에서 매일 우리 뒷바라지를 해주시던 피멈

so cool하신 피샤

언제나 안전운전..은 아니지만 편안한 여행길을 책임지셨던 피툰

대장님이신 피디

그리고 온, 프로그, 땡&모, 핌, 자캼 3총사와 띵똥3총사, 윌리엄, 치아, 왕녀를 배웅나온 아랍

왕자와 여러 친구들...



그네들을 보는게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슬펐다. 이유없이 슬펐다.

하지만 인사는 해야겠지라면서 우는 얼굴로 떨리는 목소리로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면 good boy 가 되라며 웃음가득한 얼굴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던 피프레의

미소를 뒤로 한 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무언가가 발에 메여있는지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니 유난히 아름다웠다.

언제나 아름다웠던 태국하늘이지만

유독 아름다웠다. 슬프도록 아름답게 물들어있는 하늘이었다.

이 하늘을 보는것은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 라며 혼잣말을 하고 있을때 옆을 지나가던

닥완(닥스훈트+따완)이 멋진 한마디를 해줬다.


"오늘 우리는 그 하늘을 날아가요"


'그렇지! 하늘을 날아갈수 있지. 날아올 수도 있고!' 그제서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발걸음도 가벼워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 아마도 태국과 한국의 중간지점 즈음..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그리운 고향에 발을 디뎠다. 5개월만에 만난 고향에 말이다.



그렇게 귀국을 한 뒤 지금은 한국에 있는 집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솔직히 5개월간 못본 한국이기에 한국에 돌아오면 자동차가 날아다닐줄 알았지만 너무나도

그대로였기에 태국에서의 5개월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옆에 있는 사진들과 마음속에 담겨있는 것들을 보니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한 경험들이었다. 잊지 못하겠지...아니..어떻게 잊을수 있을까?


타타의 메뉴가 머리속에 들어있고,

사람들의 웃는 얼굴이 눈에 박혀있고,

정복하지 못했던 팍치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피낭이 해준 카오똠의 맛이 입안에서 멤도는데...

그리고 태국에서의 황금빛으로 물든 추억들이 심장에 꽉 차있는데.....어찌 잊으랴??


난 추억은 가슴으로 하는거고, 기억은 머리로 한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태국에서의 5개월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그렇기에 추억임이 분명하리라..

추억은 전부 기억할수 있지만, 기억은 전부 추억할수 없기에 지난 5개월은 생에 다시없을

시간들, 인생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할 아름다운 추억이고, 경험이고, 선물이다.

꼭 기억할꺼다. 태국에서의 5개월을...

'sa wat dee karp, thailand, pot kkan mai'
차앰 pot kkan mai ㅠ_ㅠ
200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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