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The Story of Team Philippines

2009, 3, 9 첫번째.

레가스피를 만나다.

송유림

 

3 5, 우리는 한국을 떠나 여기 필리핀에 왔다. 우리가 5개월간 머물 레가스피라는 작은 도시로 이동하기 전 마닐라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4 5일을 보냈다. 우리가 머물 알바이 주(레가스피에 속해 있는 주)에 대한 정보와 활동을 하게 될 커뮤니티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듣고, 너무나 촘촘히 짜여 있어 흠칫 놀랐던 5개월 간의 스케쥴도 보았다. 이 모든 것들을 접하고 나니 나의 신분은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일을 할 사람이라는 것이 더욱 명징해져 갑작스런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러나 아직 커뮤니티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봉사활동이라는 것도, 그 것에 대한 걱정도 다 상상 속의 일이다. 앞으로 한 달 정도 후, 실제로 현지에 들어가게 되면 그 곳의 모든 것에 대해 뚜렷이 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그렇게 되면 ‘volunteer’라는 생소한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9일 새벽 레가스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마닐라에서의 오리엔테이션은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적절히 일깨워주었다. 봉사자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편견에 사로잡힐 때마다 이 때 했던 겸손한 자세로 그들의 친구가 되자는 다짐을 생각하려 한다. 라온아띠의 어떤 친구들이 본분을 잃지 말자고 열심히 주장했던 것과 같이 말이다.

 

MAYON VOLCANO

   레가스피에 오던 날은 무척 맑았다. 해외여행 경력이 좀 있는 걸 늘상 으스대는 나는 기내에서 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것 처럼 유치한 행동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레가스피로 오던 비행기 안에서 그간 유지해 온 나의 그 도도한 룰은 한 번에 깨져 버렸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생전 처음 보는 야자수로 만들어진 산위로 날아갔다. 눈이 시릴 정도로 맑았던 날씨 덕분에 산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는데, 처음 보는 그 생경한 모습이 신기해 과도하게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유치한 행동을 금할 길이 없었다.

비행기에서 내린 우리는 경이로운 자연의 빛깔에 압도되어 넋이 나가 있었다. 마닐라에서부터 함께 한 현지 스탭 틴틴은 이렇게 맑은 날은 흔치 않다며 먼 곳을 가리켰다.

“See? You are lucky!”

그녀의 손가락이 닿은 곳엔 레가스피의 상징인 마욘 화산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정확히 측량한 후 갈고 깎아낸 것만 같은 대칭형 고깔모양이었다. 산의 윗 부분에 걸쳐있던 구름도 이를 신성하게 하는 데 한 몫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몽롱한 기분에 젖어드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담담히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그 모습에 혼이 빠져 있던 나는 잠시 그 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출국 전 한국에서부터 익히 들었듯 마욘은 2006 11월 폭발해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낳은 활화산이다.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13000여가구가 거주지를 잃었다. 같은 시기에 태풍 두리안도 가세 해 피해를 가중시켰다. 그 후 화산재가 쌓인 곳에 불어닥친 태풍의 흔적 속에서 생존해야만 했던 이재민들을 위한 새로운 마을이 형성되었다. 필리핀 국내외 여러 단체들의 후원과 이재민들 스스로의 노력으로 레가스피에는 현재 10개가 넘는 정착촌(Resettlement)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그 중 하나인 애니슬락(Anislag)에서 5개월간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피해가 발생한지 2년이 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착은 다 되었겠지만 여전히 미완성된 부분이 많을 것이고 그것을 완벽히 가꾸어 나가는 일에 동참하는 만큼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욘 화산은 분명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정확하고도, 간결하게 설명할만한 수식어를 찾아보았으나 인간의 언어는 자연을 묘사하기엔 턱없이 모자랄 뿐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걸맞는 형용사가 없을 정도로 경이로운 그 산이 그렇게 많은 이들을 힘들게 했던 주범이란 사실이 매우 묘했다. 게다가 또 언제 터질지 모른다니, 확실히 그 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위태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욘, 그리고 그것에 둘러싸여 있는 도시 레가스피에서 우리가 보낼 5개월이 어떨지 마음껏 상상해본다. 현지인들도 보기 힘들다는 선명한 마욘화산을, 첫 날 도착하자마자 보았다는 것은 어쩌면 밝디 밝은 우리의 앞날에 대한 복선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모든 것이 희망적이지만 잘 하겠다는 성급한 다짐만큼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해외봉사단에 지원했으면서도 봉사보다는 해외라는 단어에 현혹되었던 나이다. 봉사정신 같은 것이 있을리 만무하고 심지어 봉사란 성스럽고 고결한 행위이기에 온 몸에 희생정신이 배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나는, 내가 ‘volunteer’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낯설고 아직은 그 이름에 대한 값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실제로 커뮤니티에 가서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봉사자로서의 마음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나는, 내가 한번도 해 본적 없고 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던 봉사를 하게 된 사실이 부담스러워 봉사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자세를 정비하는 그 시간을 유예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젠 더 이상 미룰 여유가 없다. 나는 여기 필리핀에 왔고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봉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사람이 사람을 감히 도와준다고 말하는 것에 늘 반감을 가져왔던지라 난 아직 풋내기다. 이 풋내기가 어떻게 영글어가는지, 사람들은 나로 하여금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열심히 하려고 한다. 마음이 탁해질때마다 눈부신 마욘화산의 정기를 받으면서 말이다.

 

김판 ㅋ멋져요~ 근데;; 다들 살이 좀 찐듯^^;; 역시 필리핀 음식 먹구 살찐전 저희팀뿐만이 아니었군요=ㅅ=;;
2009. 4. 22.
강세민 ㅋㅋ 근데 이 글 보다가 댓글 보니 좀 웃긴데요.. 이때가 공항에 도착한 날이었는데 ㅋㅋ
201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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