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1.우물 안에서 벗어나다.
   내가 라온아띠에 지원한 나 자신으로써의 이유는 편견을 버려라, 자신감을 갖자, 마지막으로 우물에서 벗어나라 라는 3가지의 목표가 있었다. 사람은 자기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어느정도의 틀과 능력을 갖고 있다. 20년 동안 삶을 살아가면서 주어진 일, 당장 닥치는 일을 해결해나가는데 급급했지만, 5개월 동안 캄보디아에서의 삶은 하고싶고, 가고싶고, 듣고싶은 또 다른 공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고, 눈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밥을 나눠주면서 ‘어꾼 쁘레아 예수’(예수님 감사합니다. 밥퍼 활동시간에 아이들에게 진지를 나눠주면서 건네는 말이다.)를 할 때 마다 감사함과 행복함의 전율이 내 몸을 감싼다.

  내가 이런 느낌과 감정을 갖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아마 부모님이 깜짝 놀라실 것이다. 그 이유는 부모님께서 “유리가 넌 우물 안 개구리야, 세상은 넓고 경험할 것은 많아. 네가 생각과 시야를 넓히면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도전을 해봐”이렇게 항상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아마 도전하지도 않고 지레 겁을 내고, 철없는 막내라고 생각하셨던 나를 위해 걱정과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이런 걱정을 뒤로하고 나는 이곳에서 너무 긴장을 안했는지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 쪘고 현지인 스텝,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시간가는 줄 모를 때가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를 가르쳐주는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다. 부모님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 아빠 저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항상 사랑해요.’

2.기억하고 싶습니다.
   캄보디아에 가기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다.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위해서 크메르어를 완벽히 소화해내는 것이다. 영어를 10년 넘게 배워오면서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크메르어도 매 한가지다. 아이들, 스텝들과 잘 지내는 방법 중 하나는 대화이다. 여기에 온지 한 달이 다되어가도 문장으로 대화가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웃음으로 넘어가고 고개를 절래절래....흔드는 일들이 많았지만 아이들에게 더 많은걸 알려주고 싶고, 집에도 놀러가고 싶고 함께 지내는 것을 느끼고 싶기 때문에 한 달 동안 배우는 크메르어를 4개월은 일주일에 2번 늘려서 듣기로 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공부한 것을 이용하고, 사전을 찾아가면서 문장을 만들어 대화하는 나를 볼 때 외우는 것은 어렵지만 아이들이 나의 발음을 귀 기울여 이해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또 기억해야하는 것은 아이들 이름이다. 처음 센터에 갔을 때 이름을 알려 주었더니 그 다음날부터 “유리”내 이름을 사랑스럽게 힘차게 불러주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느낀다. 날 불러 주는 아이들의 이름을 못 외우는 나의 기억력이다. 원장님께서도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인사를 해주면 정말 좋아한다고 했지만 비슷한 이름들과 발음들의 문제로 나를 어렵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이들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을 하며 가는 센터는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이름을 불러가면서 인사를 하고, 집에 놀러가고 또 밥을 먹여주며 안부를 묻는다. 우리 제법 친해졌다는 생각을 하면 뿌듯하고 고마움을 느낀다. 특히 쌀라아띠 우리 반 꼰티아,보타,빠으,다니 잔타,봔,헤앗등등등 우리 아이들....사랑한다. 나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는 아이들도 나를 오랫동안 기억하였으면 하는 작은 욕심을 부리고 싶다.  우리아이들 성대모사 해볼까? 이제 이게 안부인사가 되어버렸다. “틍아이니 리은?”(오늘 공부해요?)그럼 나는“자!리은!!!!!!마옹 쁘람 마오 른른”(응!공부해!!!!5시에,빨리와라.)


3. 아름다운 세상
   유리상자의 ‘아름다운 세상’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국내훈련 때 기관방문을 하고 감동을 받으면서 팀원들과 같이 불렀던 노래! 중간평가 때 동영상 배경음악이 되었던 노래!내가 가르치는 중학생, 고등학생 친구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노래! 중학생,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한국과 다르게 정규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지 않아 같은 학년이라도 나이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중학생인데도 나랑 한 살 차이나는 동생도 있다. 내가 말을 어눌하게 해도 눈치껏 이해해주고, 내가 캄보디아 말을 틀리게 하면 고쳐주는 센스도 있다. 고등학교 수업을 할 때는 공부하려는 열의가 높아서 질문이 많다. 영어를 정말 잘하는 고등학생들이지만 내가 유창한 영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크메르어를 쓰려고 한다. 솔직히 나의 영어실력이 들통날까봐 안 쓰는 이유도 있다. 덕분에 크메르어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실력이 향상되어 고마움을 더 느낀다.^^

   나는 캄보디아와 아이들을 사진 속에 담는다. 가끔 언니오빠들이 카메라에 내 얼굴사진 밖에 없다고 핀잔을 주지만 캄보디아, 아이들, 센터를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캄보디아를 5개월 동안 눈 속에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 장난치는 모습, 울고 웃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까지 담는다.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2달 전에 찍은 사진을 보면 새롭고 반갑다. 한국에 돌아가서 기억을 들춰보면 얼마가 그리워질까? 난 그리움도 좋다. 한국으로 돌아 갈 때는  ‘즐거웠어요’ 보다는 ‘그립고 아쉬워요’라는 느낌이 더 들 것 같다.
   아름다운 세상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직접 경험해보고 자기가하고자 하는 것이 제일 아름다운 것이다. 글을 쓰면서 현지의 삶을 안내하는 안내서를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험에서 느끼는 감정과 느낌을 쓰고 싶었다. 이곳 생활이 이제 2개월밖에 안남았다. 앞의 생활을 후회하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생활을 즐겁고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내일은 또 보타의 집에 있는 닭이랑 강아지를 피해서 집에 들어가기를 성공한 다음 학교준비를 같이하고 밥을 먹으로 센터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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