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개인에세이
난 항상 내가 아는 것, 본 것이 다 옳고 맞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내가 보고싶은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 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런 날 180도 변화시켜놓았다.
물론 말레이시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남아시아의 자원봉사활동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라고 느낀다. 내가 라온아띠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 먼 곳에서 부족한 언어실력으로 대화를 하고, 수화로 deaf들과 친구가 되었을까? 이곳에서의 모든 생활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한편, 다시 나를 되돌아보게 하였다.
반송동.
아마 우리 팀원들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익숙할 테다. 그리고 사회복지나 지역운동, NGO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곳이다. 흔히 이곳을 빈곤지역이라고 부르며 마을공동체의 좋은 본보기인 곳이라고도 한다. 나는 이곳에서 엄마가 하는 지역운동들을 보며 자랐다. 그리고 반송동에 산다는 자체만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무엇인가를 하는데 내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나는 그걸 장점으로 이용할 줄만 알았지 정말 장점이라 몸소 느끼진 못한 것 같다. 라온아띠를 통해 진정으로 내가 자란 반송이란 곳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복지.
난 이런 분야에 대해 배웠으니깐, 난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봤으니깐, 난 이런 사람들을 만나봤으니깐, 난 사회복지를 공부하니깐……. 내가 더 잘알꺼야! 그렇지만 이건 틀린 것이었다. 3월의 나는 내가 제일 잘 알 것이라는 자만심에 모든 것을 내뜻대로 하길 원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여러 사람의 여러 생각으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나는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너무 좋다. 사회복지를 보면서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학교에서 배운 것, 사회복지를 배우는 내가 느끼는 것, 사회복지를 배우지 않은 사람이 느끼는 것의 차이를 경험하는 것, 때로는 괴리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 차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것이 너무 즐겁다!
언어.
중학교 때부터 수화를 배웠다. 물론 동아리활동이었지만 나름의 애착으로 대학에 와서도 농아인 협회를 다니며 계속 배워왔다. 그렇지만 청각장애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다. 난 못하니깐 이라는 생각에 두려워만 졌고, 막상 대화를 해본적은 몇 번 없다. 요즘은 나 스스로에 깜짝 놀랄 때가있다. 한국수화보다 더 부족한 미국수화실력으로 이곳의 deaf들과 대화를 한다. 나 한국 가서도 할 수 있겠지? 영어도마찬가지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이곳은 영어또한공용어로 많이 쓰인다. 물론 바하사말라유를 배우긴 하지만 영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영어를 너무 싫어했었는데 부족한 언어능력 탓에 요즘은 영어와 바하사단어를 섞어가며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런 내모습을 보면 얼마나 웃긴지.
긴장감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KL,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는 베다니홈, 유쾌하고 고마운 친구들이 있는 페낭! 나 너무 말레이시아에서 잘 생활하고 있는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