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활동을 마무리하며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딱 5개월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많은 것을 얻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를 든다면 유용한 기술을 배워 간다든가, 아주 큰 규모의 프로그램에 참여를 한다든가, 나의 바람이었던 꿈을 찾는다든가... 하지만 지금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얻었다거나 한 것 같지는 않다. 굳이 꼽자면 의식의 변화쯤이라고나 할까?

만약 라온아띠로 오지 못했다면 이 말레이시아라고 하는 매력적인 나라를 아주 늦게 알았을 것이다. 이 나라의 특징으로는 다양한 민족과 언어, 종교까지. 거기다 뛰어난 관광 요충지이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내가 이 나라의 번화가 한가운데 머물러 있으면 내가 정말 아시아에 있는 것인지, 아니 과연 이곳이 내가 머릿속에 생각하고 있던 가난한 동남아시아의 나라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내훈련에서 배웠듯이 국제활동이 꼭 힘든 일을 맡아하거나 못사는 사람들에게 퍼담아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오기 전에 살짝 흘려들었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우리는 장애인들과 함께 활동하게 되는데 이 이유는 기본적 사회 바탕이 어느 정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을 주변으로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였다. 내가 뭔가를 배워가자. 이 시간동안 뭔가를 받아가자.

긴 시간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왔다. 물론 일반적인 스태프들부터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우리와 같은 봉사자들과 말레이시아의 일반적인 사람, 친구들. 덕분에 우습게도 눈에 띄게 얻어가는 것은 페이스북 친구목록이 많아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단연 청각장애인들이다. 그들은 밝은 미소를 잃을 때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너무 착해서 바보 같다. 항상 우리가 심심하거나 지루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내가 이 시간동안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점은 받은 만큼 주지 못한 것이다. 이들 덕분에,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배운 수화 때문에 나는 조금 더 한국의 장애인들에게 관심이 가게 되었다. 아마도 돌아가게 된다면 이제는 한국 수화를 배워 보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 정말로 내가 느낀 것은 별것 아니다. 이곳에서의 활동 중에 나 자신에게 가장 실망했던 적이 있다. 그것은 부모님의 생신을 잊었던 것이다. 그냥 새로운 환경에 도착하고, 마냥 모든 것이 신기해서 한국에서의 것들은 모두 잊었던 것 같다. 생신을 잊은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연락도 너무 소홀했다. 덕분에 부모님뿐만 아니라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동생에 대한 소홀함도 미안해졌다. 그리고 나를 응원해준 친구들과 지인들까지... 정말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있었다. 5개월간 새로운 친구를 많이 만났던 만큼 내가 머물렀던 그 자리,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있어서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 가장 중요한 나의 깨달음이었다.

만약 나의 주변사람이 해외로 나가게 된다면 물어보고 싶다. 정말 계획을 정확히 세우고 가는 것이냐고. 그만큼 나의 허술한 5개월에 후회가 남긴 하다. 물론 더 넓은 세계로 나가서 안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자신이 위치해 있는 그 자리에서 더 발전해 나가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말레이시아에서 그 누구보다 서로 희노애락을 나누며 별탈없이 같이 생활했던 4명의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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