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이 ‘꿈’으로 간직되도록 많이 느끼고 즐기고 싶다
지금은 너무나 아련한 3월의 나의 다짐

 말레이시아라는 나라는 뚜렷한 특색이 없어보여서 내 관심을 그닥 끌지 못했다. 신비한 스리랑카,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필리핀, 여행가보고 싶었던 태국, 앙코르와트가 떠오르는 캄보디아, 동남아시아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베트남, 그리고 말레이시아, 나는 처음에 이렇게 느꼈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의 활동은 빈곤이 대상이 되는 나머지 5국가의 활동과도 동떨어져보였다. ‘말레이시아에서의 활동이 끝날 때 쯤, 말레이시아로 오길 정말 잘했구나 라고 느끼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말레이시아로 오게 되어 다른 나라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느꼈다는 확신이 있다.

 이러한 말레이시아에서의 삶은 한국으로 돌아갈 날을 카운트하는 요즘 참으로 감사하다. 해외봉사의 전형적인 이미지(빈민)를 탈피시켰고, 수화가 주가 되므로 요즘 보편화된 단기봉사로는 경험하기 쉽지 않고, 다민족 국가이므로 나와다름에 대한 개념이 적고,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종교 다양한 언어를 경험할 수 있고, 다른 나라들에 비해 여행이 자유스럽다는 점 등 수많은 매력적인 점들이 많다. 이후 기수들은 이러한 말레이시아 활동만이 가지는 특별함을 일찍 깨닫고 맘껏 느끼길 바란다. 내가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는 바로 이것들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는 것.

 내가 말레이시아 활동의 꽃으로 뽑는 베다니홈 생활. 이것이 나만 그렇지는 않을거라는 생각. 언제부턴가 ‘말레이시아’하면 ‘베다니홈’이, ‘베다니홈’ 하면 소중한 인연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감히 영원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당분간, 한참동안은 그들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고 그들 덕분에 맘 한구석이 따뜻해질것 같다. 베다니홈은 나에게 활동이 생활이었고, 생활이 활동이 되었던 그런 곳이다. 특별하다고 애써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특별한 그런곳.

 4개월 중반정도의 일기장을 넘겨보면 참으로 다양하게 살았구나 싶다. 크게 다투거나 부딪친 적은 없지만, 매사 모든 일이 무난하게 OK였던, 항상 다 좋고 특별한 불만도 없었던 나에게는 다양한 감정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양한 감정들을 느껴보았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면 수확일 것이다. 분명히 일기장을 보면 지쳤던 일인데 지금 생각하면 별일 아닌 일들이 적지 않다. 힘들었던 일들은 다 일기장에만 기록되고 따뜻했던 기억만 한국으로 가지고 가고 싶다.

 한달이 남았음에도 요즘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나는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막상 돌아가면 이곳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당연하고도 뻔한 얘기지만 그동안의 적은 여행으로 깨달은 것은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 덕분에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

 이 5개월 대장정의 활동을 통해 생각이 변화된 경험을 했다는 팀원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팀원도 있다. 과연 나는? 내가 느낀 것은 안타깝게도 ‘느리게 살게 되었다.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넓은 세상에 관심이 생겼다. 새로운 꿈이 생겼다.’등 후기로 나올법한 얘기가 아니다. 아직도 무엇이 변화했다고 선뜻 말할 자신이 없다. 확실한 것은 나의 모습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은 한학기를 휴학생으로 살아보면 좀 더 많은 것을 깨닫지 않을까.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기회였던 라온아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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