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누구나 이미 알고 있었을지 모르는 말들, 그래서 어쩌면 진부할 지도 모르는 이야기들일지도 모르지만, 나의 경험으로부터 스스로 마음으로 깨달았던 시간을 진솔 되게 풀어나갈까 한다.

 
'다름'을 '마음'으로 이해하기.
처음 라온아띠로 뽑혔을 때는 머리로는 나와 다른 사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에 자신만만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니까. 하지만 베트남에서 생활을 시작하면서 머리로 이해가 되었던 '틀림이 아닌 다름이' 실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끔은 이해해야지 하다가도 이해 안 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때때로는 극단적으로 오히려 내가 이 생활을 경험하지 않고 한국에 있었다면 타문화에 대한 다름과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더 하고 살지 않았을까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마저 들었다. 한가지 예로 시간에 관대한 베트남인들.  5시 출발 예정이 6시 반이 되고 처음엔 버스에 앉아서 속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베트남 생활이 길어질수록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베트남 친구는 시간에 관대하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이들은 내가 무엇을 할 때도 재촉하지 않고 나를 편안히 기다려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졌음을 알았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가끔은 그 누구보다도 나를 더 가족 마냥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아 부정적으로 보였던 모습 하나둘이 이제는 내가 베트남을 좋아하게 만드는 매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나라, 문화를 가진 베트남사람이 아닌 바로 내 옆에서 하루 24시간, 총 5개월을 사는 우리 4명의 팀원 역시 내가 이해해야 할 고민이었다. 나와 성격과 코드가 맞아서 친구가 된 사람이 아닌, 나와 다른 성격일지라도 같이 5개월을 지내야 하는 친구였다. 내가 평소 '정말 이건 당연하다.'라고 여겼던 생각들이 어떤 사람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땐 사실 조금 충격적이기도 했다. 말로는 '그래 네 말도 맞아.'라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내 말이 더 맞아.'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사람의 생각도 속으로도 '맞네!'라고 느끼는 나를 자연스레 발견할 수 있었고 그땐 스스로 놀라기도 대견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엔 나와는 달라서 힘들었던 점들이 반대로 나와 다르므로 하나 둘 본받을 점들이 되기도 하였다. 라온아띠의 5개월은 '틀림이 아닌 다름' 그 당연한 말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해하기.
라온아띠가 정말 정말 정말 되고 싶었다. 라온아띠가 되고 해외봉사만 떠나면 가만히 있어도 여기저기서 행복이 찾아올 거라는 해외봉사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다.  그리고 꿈만 같았던 라온아띠에 합격하고 베트남에 도착했다. 하지만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올 리는 없었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해외봉사이고 뭐든 행복할 것만 같았던 '이곳'에서 바보같이 나는 '한국'에 가면 가족도 친구도 만나고 맛있는 음식도 먹겠지라며 '한국'에 가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여전히 '영어공부, 취직 걱정 등….' 걱정에 치여 사는 나를 발견했다. 그런 나 자신을 보고 행복의 문제는 '환경'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 뒤로 한국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다 접고 '지금 이 시간,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 안에서 행복을 찾기'라는 작은 결심을 다짐했고 힘들 때마다 그 결심을 떠올렸다. 그 뒤로 내 생활은 정말 신기하게도 '행복'해졌다. 평소에는 제대로 의식조차 못했을 바람 한점이 아이와 나 사이에 불 때도 미소가 지어졌고. 하품하는 나를 보고 덩달아 하품하는 아이의 모습에도 나른하게 행복해졌다. 문장 그대로, 순간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배웠다. 매 순간이 하나의 그림 같은 풍경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커다란 의미가 되는 시간은 처음이었다. '지금을 행복하게 살기'라는 나의 다짐은 초등학생 때 소풍 가기 전날 밤 잠자리에 들며 설레던 그 마음을 유치원에 가는 전날마다 느끼게 해주었다. '지금을 행복하게 살기'는 지금뿐만 아니라 내일까지 나를 기대하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던 나의 5개월간의 크나큰 교훈이자 에너지였다고 자신하고 싶다.
 

모든 사람들은 수천 가지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좋은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 역시 좋은 생각들은 늘 가지고 살았지만 이를 실천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 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라온아띠 5개월간의 활동은 내 생각에서만 머물렀던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을 주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노력은 비단 5개월 활동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도 쭈~욱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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