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캄보디아에서의 151일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길다고 생각했던 시간이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순식간이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꿈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서 참 많이 웃고 뛰어다니며 정말 말 그대로 내 생애 가장 뜨거운 날들을 보냈다.

나는 원래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편이다. 날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날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항상 그들에게 보여지는 나를 만드느라 항상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는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가,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신경쓰지 않고 내 생애에서 가장 자유롭게 살 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날 보면 항상 웃어주는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의 태도나 겉모습보다는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나를 친구로 생각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 역시도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들이 내 친구처럼 느껴졌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금세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또 경계하지 않으며 가깝게 다가오는 이 사람들 덕분에 항상 새로운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꽉 차 있던 나도 더 자유롭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처음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볼 때, 지원동기에 대한 물음에 ‘내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말을 할 때에는 내 현실을 떠나서 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웃어주고 힘이 되어주면 그들도 나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나는 분명 행복하다. 하지만 처음 생각했던 이유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나를 반겨주고 내게 웃어주는 아이들 덕분에 내가 행복해졌다. 내가 해준 것이 없는데도 나를 좋은 사람이라 해주고 나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스스로 정말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꼈다.

여기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나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꼭 안아주고 함께 뛰어다니고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것이 전부이다. 아이들은 내가 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준다는 말을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써왔지만 이곳에서는 마음으로 그 말에 절절히 공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에서 나에게 달려오는 아이들을 많이도 안아주고 업어주고 함께 뛰어다녔다. 많이 뛰어다니고 많이 안아줄수록 내 몸이 곧 쓰러지겠구나, 곧 죽겠구나 싶었지만 의외로 나는 굉장히 튼튼했고 아프지도 쓰러지지도 않고 행복한 마음으로 꽉 차게 되었다.

이런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한 이곳에서 떠난다는 생각이 너무 무서워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내가 며칠 후면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5개월은 정말 작은 기간이지만 이 5개월이 앞으로 나에게 있어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런 5개월을 보내고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과 어쩌면 여기에서처럼 꿈과 같이 행복함으로 가득차서 살아가는 시간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5개월의 끝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느끼고 돌아가서의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에서 배우고 느낀 부분들을 바탕으로 이전보다는 나은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엄청 많이 변해서 책에서 나오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된다거나 지금까지의 나를 버리고 새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작은 부분 부분에서 이전보다는 더 많이 생각하고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살아오면서 인정하기 싫었던 부분, 몰랐던 부분들을 이곳에서 느끼고 알게 되면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기 때문에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나는 이전보다는 조금 나아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의 내가 기대된다.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6-11 | 02-754-7892 | asiaraonatti@gmail.com | 2024 한국 YMCA 전국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