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지난 5개월 동안 내가 한 거?


합리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명하려는 생각이 결국에는 새로운 현실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은 적이 있다. 결국 인생이란, 단 번에 쓰여지는 게 아니라 매 순간 고쳐지는 것. 그러니까 인생을 논리적으로 회고할 수는 있어도 논리적으로 예견할 수는 없다는 사실. 그래서 난 내가 지내온 반년의 인생을 내 나름 논리적으로 회고해 보려 한다. 매번 고쳐져야 하는 짧은 에세이 속에 모두 담아내기란 너무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는 내가 이 전에는 몰랐던 무수한 깨달음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함께 이것의 매력에 빠져있던 12월의 어느 날, 난 이것 저것에 치여 반쯤 방전된 내 젊음을 가지고 책 밖으로 뛰쳐 나가보기 위한 마지막 발악을 해보기로 했다. 현실에 안주하고 싶었던 마음,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 그러나 두려움을 버리고 보다 값진 것을 얻기 위한 나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3월. ‘인간’이수진이 되기 위해 미련 없이 감사하며 떠났다. 2011년의 마지막 날 2010년 보다 더 나은 나를 발견하기 위해…

그래서 2011년의 반이 지난 이 시점에 나는 더 나아진 나를 발견했을까를 자문해본다. 대답은? 난 아직이다. 사실 환경적인 영향에 의한 태도와 행동의 변화, 혹은 인간관계에서의 적응력 등 에서라면 많은 배움을 얻었고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감히 A4 용지 한 장에 다 넣을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보낸 반년의 생활을 나 스스로가 돌이켜 보는 이 소중한 시간에 이젠 트라이 시클의 매연이 익숙해졌다거나 현지인들의 언어나 라이프스타일에 적응 되었다는 등의 당연한 변화들에 대해서는 열거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에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당연히 겪게 되는 변화들이기에 나에겐 더 이상 특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온아띠’라는 이 기회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를 통해 나는 나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게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는 혹은 만들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을 뿐. 아마 이 활동이 종료되고 난 후, 내가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를 머리 싸매고 비교해보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주위 사람들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 자신에게 ‘넌 이래서 더 나아졌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객관적이기란 쉽지 않으니까^^

단지 내가 자신 있게 “난 이랬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지난 5개월 동안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려는, 귀에 들리는 것만 들으려는 그리고 입으로 말하는 것에만 대꾸하려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난 진짜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보석 같은 웃음 뒤에 숨겨진 비교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보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친구가 많은 유쾌한 사람 뒤에 묻어나는 극한의 외로움과 고독을 알고 어깨를 선 뜻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 두 손 모두를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남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는 꽉 찬 한 해를 보내리라는 지난해 12월 31일의 다짐처럼 난 남은 여기에서의 생활도 내가 믿고 추구해왔던 의지와 신념대로 치열하고 재미있게 보내고 싶다. 이것이 이제 2주 남짓 남은 이 활동의 끝에서, 내가 보낸 지난 5개월을 논리적으로? (아마도 합리적이겠지,) 회고한 후 내린 결론이자 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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