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고2 시절, 친구가 산 20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는 신비롭고 값비싼 장난감으로 내게 다가왔다. 유독 가전제품 중 작은 것들을 좋아라 하는 나로써는 갖고 싶은 욕구를 충분히 불러 일으켰지만 학생이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군 제대 후 공장에 들어가 주 야간 3개월을 일해 드디어 slr을 구입 하였다. 친구들에게 눈치보며 빌려쓰기를 수 년, 끝내 내 손에 쥐어진 카메라.


사람마다 사진을 찍는 성향이 상당히 다르다.
나의 사진은 행동 이다. 그러므로 나는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내겐 내공이라는 신비롭고 아득한 경지의 기술이 없지만
내겐 두 손이 있고 무엇보다 두 발이 있어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하며 내일도 그러하겠지만
역시나 사진을 찍을 때 만큼은 열심히 찍으려 한다.


왜?


모르겠다. 딱히 인화를 하거나 사진을 웹상에 올리는 일도 드물며 흔히 말하는 리터칭(후보정)은 더더욱 귀찮아 멀??한다. 또한 내 카메라에 수 천의 사진 중에 내 사진이라고는 몇 장이라도 있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사진 찍을 때의 내 모습이 좋아서 인지 모르겠다. 혹은내가 찍은 사진을 보고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있어 뿌듯하여 찍는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왜 사진을 열심히 찍는지는 의문이다. 그리하여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거다.


하지만 라온아띠라는 이름으로 이 곳에서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 이유는 사진만큼이라도 잘 찍고 싶어서일까?


'잘 찍은 사진을 건내 주고 싶다'


이 곳 라오빠꺼이 학교에서 지내오며 가장 강렬히 느끼는 메세지 중 하나이다.


실상 아이들의 집에는 아이들의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다.(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또한 카메라를 보유한 집은 아직 본 적도 없다.
사진이라고는 태국에서 존경받는 왕님과 왕비님의 초상사진 정도라 하겠다.


지금의 순수한(좀 아득한 표현이지만) 이 아이들의 행동을 나는 담아 건내주고 싶다.


'잊지 말라고 지금의 네 모습을'


한국에 돌아가면 이 무거운 카메라를 팔 생각이다. 열심히 찍는 이유를 몰라서이다. 그리고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기변할 예정이다. 열심히 찍는 것에 지쳤다 랄까? 초반부에 내일도 열심히 찍는다고 언급하였는데 거짓말이다. 나는 실제 지쳐 있었고 지쳤다. 한국에 돌아간다면 다른 형태의 관점으로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그럼 이 카메라의 마지막 행동은 이 곳이 마지막 무대이다.
마지막 무대인 만큼 열심히 찍고 있다. 적어도 아이들의 사진만큼은.







* 간혹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과의 사진을 은연 중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뽐내는형태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같아 참 안타깝다. 부디 사진을 따뜻하게 사용하였으면 한다.

 

 

 

 

 

Pietro D80과 18-200.. 떠나보내려고? 힘들게 모아서 힘들게 장만했으면서..

하기사, 요즘의 DSLR은 예전의 감동이 떨어진 기분..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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