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원활동 보고서

 


아반이의 수업 일지(1)

라온아띠 1기, 동티모르 사메팀

홍연지(Aban) iamheypk@gmail.com


이번에 수필로 올리는 글은 아띠와 내가 가브라키 초등학교와 로뚜뚜 초등학교에서 미술 수업을 진행하며 쓰고 있는 수업일지의 일부분이다. 일기와 함께 하루 하루를 정리하며 남기는 글이라서, 아무런 편집 없이 머리말만 조금 붙여 그대로 올린다. (가브라키 학교의 수업 일지는 내가 담당하고 있고, 로뚜뚜의 수업 기록은 아띠가 담당하고 있다.)



2008. 10. 22 수 다섯 번째 미술/놀이 수업

장소: 동티모르 사메, 가브라키 초등학교


색종이로 다양한 문양 만들기


작성자: 아반(홍연지)

준비물: 색종이, 가위, 연필, (풀: 공책에 완성된 문양을 붙여줄 수 있다.)


수업개요:

1)색종이를 접어 다양한 모양을 그린다.

 -접기 과정까지는 앞에서 설명을 하고, 다양한 모양 그리기는 한 명 한 명 지도를 해준다.

 -그림을 그릴 때, 지나치게 작지 않게 그리고, 가장자리 주변에 그릴 수 있도록 지도한다.

 -각자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릴 수 있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2)스케치한 모양을 오려내 다양한 문양을 완성한다.

 -가위질은 아이들이 두 명씩 앞으로 나와, 아띠와 아반이 한다.

 -실내가 소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지도한다.


수업노트

대상: 가브라키 초등학교 4학년(   명)

수업시간: 8:30~10:00


1)출석을 부른다.

2)색종이를 나눠주고 색종이를 1/4로 함께 접는다.

3)색종이 가장자리 주변에 다양한 모양을 그린다.

4)색종이 오리기는 아띠와 아반이 도와준다.


 아침에 급하게 색종이를 챙겼다. 종이접기, 그리기, 오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된 색종이 문양 만들기를 하기로 했다. 4학년 교실에서 먼저 시작한 수업. 결론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지만 오늘따라 아이들이 수업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유인즉슨, 숙제가 있었는데 아직 안 한 녀석들이 있어 미술 수업 하지 말고 공부를 하자는 거다.

 그래도 수업은 시작되었고, 색종이 위에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니, 굉장히 어려워했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일 수록 ‘모르겠어요’ 하면서 아띠와 내가 그려주기를 바랬다. 마음껏,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 칠판에 그려주거나, 일일이 지침사항을 전달해주며 그려라고 하면 곧잘 따라 그리다가도, 그리고 싶은 것 그리기,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기는 어려워한다. 결국 간단한 그림을 그려주었다. 간단한 그림을 그리면서, 눈은 아이를 쳐다보고, ‘어려워, 안 어려워?’ 하니, ‘안 어려워요.’하는 아이들. 툭툭 어깰 쳐주면서 ‘한 번 해봐.’하니, 그제서야 스스로 그리기 시작하는 아이들.

 지난 번 가위질을 하는 걸로 보아, 다시 한 번 아이들에게 가위로 오리는 걸 시켰다가는 날이 다 새도 오늘 활동을 완료하지 못할 것 같아서, 간밤에 수업 활동안을 짜면서 오늘 가위질은 아띠와 내가 직접 해주기로 했다. 차례대로 두명씩 앞으로 나오게 했고, 완성된 것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게 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아이들이 시끄러울까봐, 한 번 주의를 준 다음 우리는 가위질에 몰두했는데, 아이들이 유심히 교실 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하고 있었다. 재빠르게 가위질을 하는 우리와, 완성된 색종이 문양을 들고 돌아서는 친구를 향해 ‘다 같이 박수!’하자, 모두들 환호하며 함께 기뻐해주고 좋아해주었다. 종종 자신의 문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 뾰루퉁한 녀석도, 꼼꼼히 하나씩 짚어주며 ‘이건 새를 그린거구나, 와, 여기 별 그림도 있네!’하면서 ‘멋있어.’라고 해주면, 웃으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가위질을 할 때 아띠와 특별히 신경을 썼던 부분은, 아이들이 몇 번씩 수정을 해서 지저분해진 스케치를, 가위질을 할 때 어느 선을 오려야 하고 어느 선을 오리면 안 되는지, 그림의 주인인 아이들에게 물어 결정하도록 한 부분이었다. 지나치게 작게 그렸거나, 오리기에 지나치게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경우, 우리 마음대로 오리지 않고 그림을 그린 친구를 불러 ‘이 부분은 너무 작아서 오리기 어려워. 이 새를 조금 잘라도 되니?’하고 물었다. 아이들은 모두 ‘네. 되요.’라고 했고, 우리는 ‘고맙다.’고 이야기하며 가위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작은 부분이지만, 아이들의 작품을 존중해주고, 저마다 작은 자긍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논의했던 내용이었다.

 가위질 작업까지 모두 끝난 다음에, 모두 자신의 문양을 높이 들고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풀을 가져오지 않는 바람에 보관이 어렵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잘 간직하라고 하며, 내일 가져오면 공책에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간에 남은 종이 쓰레기는 모두 모아 모자이크 수업 때 쓰기 위해 비닐에 넣어 두었다.


 (쉬는 시간에 6학년 교실의 니끌라우가 우리 반 아이 종이 문양을 홱 찢어버렸다. 유난히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낙인효과’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다음 시간 준비물이니 잃어버리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해둔 터라, 괘씸한 마음에 크게 혼을 냈다. 사과를 하라고 한 다음에, 이름을 물어 빈 종이에 적어두었다.)




참고: 아반(홍연지), 아띠(배효정)

오휘경 나도 아반과 아띠 수업 듣고 싶다..!
2008.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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