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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동티모르의 일상 by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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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21(목)20일에 대한항공을 타고 인천에서 출발하여 발리에서 하루를 보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에 처음 나와보는 외국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공항의 현지 직원들의 표정은 묵묵했고, 서핑을 즐기기 위한 서양 관광객들이 많았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아스토닉 호텔로 갔다. 호텔의 홀에는 작은 수영장이 있어서 간단히 산책을 하고 출국 후 첫잠을 잤다. 발리를 떠나 동티모르 딜리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양동화, 이시바시 간사님 그리고 일본 친구 유타가 마중 나와 있었다. 서로 간단한 인사 후 트럭 짐칸에 타고 운딜 대학교 옆에 위치한 YMCA 숙소로 왔다. YMCA에는 딜리 대학교 학생들이 스텝으로 있었다. 다들 모여 현지 음식을 먹었는데 약간 싱거운 맛이 나는 우리나라 음식 맛과 비슷했다. 다들 배가 고파서인지 맛있게 먹었다. 현지 음식 적응하는 걱정은 많이 안 해도 될 거 같다. 8. 22(금) 오전에 트럭 뒤에 타서 시티투어를 하였다. 그 느낌은 퍼레이드를 하는 기분이었다. 현지인들은 우리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동티모르식 현지 인사를 하면 다들 좋아하면서 반갑게 인사를 받아준다. 가늘고 높은 “히야~ 후아~~”라는 소리를 내면서, 인사를 건네면 엄청나게 좋아해준다. 팀원들 중에서 내가 가장 현지 인사를 잘한다고 간사님께서 칭찬해 주셨다. 오후에는 동티모르 한국 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님과 전체 대화 후 바로 앞에 있는 해변에 가서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어제 새로 오셨다는 영사관님이 어제 발리 공항에서 만났던 한국 아저씨였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동티모르로 공사 감독하러 오시는 직원으로 생각했었는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어설픈 판단을 하면 안 된다. 저녁에는 배드민턴을 쳤다. 효정이와 같이 플레이를 하고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과 청년들이 구경하러 왔다. 같이 하자(jogu hamutuk)라고 하면 좋아하면서 열심히 같이 쳐준다. 딜리에도 배드민턴 라켓과 셔틀콕을 판다. 그리고 농구공, 배구공, 축구공도 있다. UN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큰 마트가 있고 웬만한 운동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구 코트도 있어서 다음에 운딜 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경기 하기로 약속했다. 8. 23(토) 오전에 걸어서 딜리 시내 답사를 하였다. YMCA를 떠나 야시장을 지나갔다. 처음 보는 각종 과일과 채소가 많았다. 시장 주민들은 우리들을 정말 신기하게 쳐다본다. 같은 아시아 사람인데 이렇게 특이하게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동티모르 사람들은 피부색이 검은색이 아닌 짙은 브라운 색이다. 그래서 자신들은 초콜릿색 피부라고 말하고는 한다. 정부 청사 앞에 있는 바다에서 잠깐 쉬고, 인터넷 카페 위치를 익히고, 대략적인 시내 구조를 알아갔다. 오후에는 테라산타 지역에 있는 Sao Miguel(성 미구엘)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500명이 넘는 학생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교사 수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 출신의 수녀 분의 송별회에 같이 참석하게 되었고, 2시간 동안의 송별회 시간 동안 테툼어가 많이 오고 갔지만 거의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수월하게 그리고 깊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으려면 테툼어를 최대한 빨리 익혀야겠다. 8. 24(일) 동티모르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일요일이다. 동티모르에서는 97%의 인구가 천주교인이다. 성당에 대해 알고 느끼고 싶어 연지와 함께 아침 일찍 성당으로 갔다. 정문 앞에는 깔끔한 차림의 청년들이 서 있었고,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여성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예쁜 옷을 입고 온다고 한다. 대부분 원피스를 입었고 오늘은 특별히 결혼식이 있어서 전통 의상인 “다이시”를 입은 여성이 몇몇 있었다. 결혼식 외에 여러 행사가 겹치게 되어 미사를 2시간 동안 진행하여 결국 중간에 꾸벅꾸벅 졸았다. 긴 시간 동안 한 명의 조는 사람 없이 엄숙한 자세를 유지하는 딜리 시민들은 주일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단다. 오후에는 내일 일본으로 떠나는 유타를 위해 환송회 준비 음식을 마련하였다. 한국 음식으로 된장국, 제육볶음, 소 불고기를 하였고, 또 내일 한국으로 캠프를 떠나는 운딜 대학생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였다. 오랜만에 김치를 먹고, 음식을 배불리 먹은 다음에 댄스 타임을 가졌다. Hadomi Timor(사랑해요, 티모르)라는 노래에 다같이 서로 눈치보지 않고 신나게 춤을 췄다. 춤과 노래로 인해 한결 서로에 다가가게 되었다. 모든 일과가 끝나고 내 침대에 앉아있는데 약간 술에 취한 유타가 들어왔다. 판이가 유타에게 우리 여학생 중에 맘에 드는 아이가 있냐고 물었더니 보람이가 좋다고 했다. 평소 거의 말이 없는 유타가 오늘은 스스로 말이 너무 많아서 너무 웃겼다. 유타와 내가 좋아하는 일본 SMAP 라는 구룹의 “요조라노 무코니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부르고, 바로 코를 골면서 자버렸다. 친해지려고 하니깐 헤어지게 돼서 너무 아쉽다. 이런 만남과 헤어짐을 잘 극복해야만 나중에 모든 일정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 힘들지 않을 거 같다. 8. 25(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현지 일과가 시작되었다. 성 미구엘 학교에서 화단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였다. 커다란 돌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는데 삽과 도구가 전혀 없어서 맨손으로 작업을 하였다. 나중엔 나무판자로 삽을 대신하고 시멘트 포대로 돌을 옮겼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날씨가 더워서 고단한 시간이었다. 오후 4시부터는 테툼어 전문 강사님이 와서 언어 수업을 하였다. 영어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실력이 상당할 것이다. 팀원들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실전 연습을 하며 언어를 익히니 금방 실력이 느는 것 같다. 밤에는 기타 치는 동네 청년들이 있어 같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O Rai Timor라는 여기에서 아주 유명한 노래이다. 티모르여 영원 하라 라는 주제의 노래인데 음이 생소하여 배우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영상으로 찍어서 자주 연습해야겠다. 8. 26(화) 판이와 함께 딜리 축구장을 가서 경기를 구경하였다. 전문 축구선수들은 아니지만 상당한 실력들이었다. 운딜 대학 학생들이 경기한다기에 응원하려고 왔더니 딜리 국립 대학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게 되었다. 근처 상점에 가서 축구공을 하나 샀다. 가장 좋은 것으로 골랐는데 12달러에서 10달러로 깎아서 사게 되었다. 밤에는 그 공으로 족구를 하려고 나갔다가 동네 청년들이 갑자기 끼어들어 족구가 아닌 공차기가 되어버렸다. 바디 랭귀지와 어설픈 테툼어로 규칙을 계속해서 설명하여 1시간 후에는 어느 정도 갖추어진 족구경기를 할 수 있었다. 동네 청년들은 한국을 좋아한다면서 나에게 팔에 있는 문신을 보여주었다. 팔에는 “저예요”, “아기” 라는 글자가 문신으로 되어 있어 엄청 크게 웃었다. 큰 걱정과 근심 없이 즐겁게 사는 여기 청년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8. 29(금) 사메의 첫경험 2박 3일 일정으로 딜리에서 사메로 왔다. 사메는 1200m 고지에 있는 산악 도시이다. 딜리에서 사메로 오는 길은 포장 보다는 비포장 도로가 더 많다. 그리고 산사태가 많아 엄청 위험한 도로이다. 하지만 풍경은 지금껏 내가 봐온 것 중에 최고였다. 하늘과 구별이 가지 않은 바다색에 나에 눈이 놀라고, 나보다 밑이 있는 구름을 보면서 나에 마음이 흔들렸다. 딜리와는 완전 다른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중간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사메 YMCA 사무실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좋은 집이었고, 현지 스텝들과 인사를 나누고 마운 말세로와 함께 양초와 램프를 사기 위해 근처 마켓으로 갔다. 딜리와는 다른 엄숙한 분위기의 사람들. 먼저 나에게 인사를 보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주민들과 어색한 눈인사만 나누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운 줄리앙이 해주는 저녁을 먹고 밤하늘의 많은 별을 보면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사메팀만의 모임에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숙소는 2층 침대이고 나를 반겨주는 것은 “때끼”라고 부르는 작은 도마뱀이었다. 뒤뜰에는 마운 말세로가 직접 만들 운동기구가 있어 두보와 함께 운동을 했다. 사메에는 계곡이 있어 물이 풍부하지만 석회질 성분이 너무 많아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전기는 저녁부터 밤12시까지만 들어오고, 긴급상황 시에만 발전기를 사용한다. 잠깐 동안의 동네 아이들과의 만남이 있었는데 내가 동물원의 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손님이 아닌 현지인과 잘 어울리기 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될까..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9. 1(월) 아침식사 당번인지라 파트너인 정현이와 6시에 빵을 사러 시장으로 나갔다. 빵집 주인이 나를 알아보고 반갑다는 표현을 하셨다. 3달러 빵을 사고 돌아와서, 커피를 만들고, 버터에 발라먹는 빵의 맛은 여기 동티모르라서 맛있다. 오늘은 성 미구엘 학교에 개학 날이다. 군대식으로 정렬된 아이들. 채찍을 들고 위협하며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장. 하늘색 셔츠에 하얀 바지의 예쁜 교복과 상반되게 엄격한 통제의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메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풋풋함은 없고, 사회 물을 먹은 딜리 아이들이 썩 예뻐 보이지가 않았다. 남자 아이들은 젤리를 듬뿍 바른 헤어스타일.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여자 아이들. 건방지게 앉아있는 아이들. “딜리는 티모르가 아니다”라는 신문기사에 나온 기자의 말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9. 3(수) 500명의 학생을 10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라온아띠 멤버들이 각 그룹에 한 명씩 배정이 되었다. 나에 그룹 명은 “Estrera”이다. 다른 그룹들은 교실로 배정이 되었는데 우리는 공사중인 건물 안으로 배정이 되서 처음 분위기는 음산했다. 이런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인지 고학년 학생들이 나서서 학생들을 무작위로 골라 강제로 노래를 시켰다. 폭력과 욕설을 하면서 후배들을 혼내는 학생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Agus(아구스)라는 학생이 많이 도와줘서 수월하게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 할 수 있었다. David(다비드), Abeto(아베토)도 친절하게 도와주었다. 오늘의 그룹 활동을 정리하자만 충격이었고 안타까웠다. 어린 학생들이 벌써 계급사회를 배웠고, 권력의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닌 듯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이 예전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다. 9. 4(목) 평소에 계속 연습했던 O Rai Timor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손을 들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신청했다. 토요일에 있는 축제 때문에 학생들끼리 노래를 부르면서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내가 끼어든 것이다. 학생들 앞에 나가서 짧은 내 소개를 하고 함께 노래 부르자고 하니 이 노래를 모르는 학생이 없었다. 웃는 모습으로 즐겁게 따라 불러주는 아이들이 너무 고마웠고, 반응이 너무나 좋았어 힘껏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노래가 끝난 후 우레와 같은 박수에 내 기분이 들떴다. 이제 가사를 완벽하게 외워서 안보고 불러야지. 한 여자 아이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나에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았다. 기분이 좋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상당히 놀랬다. 갑자기 내 손을 꼬옥 잡더니 놓지 않고 못 알아 듣는 말을 해줬다. 마음은 고마웠지만 난 봉사자라서 아무것도 답례를 해줄 수 가 없었다. 나에 처음 에세이는 이렇게 일기 형식으로 쓰기로 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후 나에 생각과 느낀 점을 정리하는 글을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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